강원도의 어느 산골짜기에, 일곱 가구가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 일곱 집 모두가 산에서 약초를 캐며 살아가는 심마니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만은 아무리 산을 헤매도 좀처럼 좋은 산삼을 캐지 못했습니다. 하루 품삯조차 되지 않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내 정성이 부족해서 이런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그는 백일 동안 산신께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백일이 되던 날 밤, 그의 꿈속에 백발이 성성한 신선 한 분이 나타났습니다. 신선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예전부터 그 봉우리를 여러 번 지나다녔지만, 미처 알지 못했다. 그곳에 가면 웅덩이도 아닌, 깊은 굴 같은 구덩이가 하나 있을 것이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산삼이 셀 수 없이 많이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캐낸다면, 너는 평생을 두고 잘 살게 될 것이다."
이튿날, 그는 몸을 정갈히 씻고 산을 향해 정성껏 재배를 올린 뒤, 약초 망태기와 곡괭이, 그리고 긴 창 하나를 짊어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마을의 두 사람이 자꾸만 그의 뒤를 따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따라오면 안 될 텐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혼자서는 그 깊은 웅덩이를 감당하기 어려우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셋이 함께 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계시받은 그곳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두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칡덩굴을 끊어다가 밧줄을 만드시오. 내가 안으로 들어갈 테니, 두 분은 밖에서 기다렸다가 내가 캐서 올리는 것만 받아 주시오."
두 사람은 굴 밖에서 기다리고, 그는 밧줄을 타고 깊은 굴속으로 내려갔습니다.
과연 신선의 말대로, 굴 안에는 산삼이 가득했습니다. 그는 몇 번이고 산삼을 캐어 밧줄에 매달아 올려 보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남은 것을 마저 캐어 올리려던 순간, 밧줄은 다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하늘이 아득할 만큼 깊은 굴속,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먹을 것도 없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탄식했습니다.
'세상 인심이 참으로 이렇구나.'
때는 마침 칠팔월, 뱀들이 겨울잠을 준비하며 땅속으로 몸을 숨기던 무렵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그 어둡던 굴속으로 커다란 누런 구렁이 한 마리가 스르르 들어왔습니다. 그는 놀라 구석에 바짝 몸을 웅크렸습니다.
'이제 저 짐승에게 잡아먹히는구나.'
그런데 구렁이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멩이에 제 입을 몇 번 문지르더니 그대로 굴 한쪽 구멍으로 들어가 몸을 감추었습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뱀도 겨울을 나기 전에 저렇게 입을 씻는구나. 나도 한번 따라 해 보자.'
그도 돌에 입을 문질러 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뒤로는 허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굴속에서, 추위도 배고픔도 잊은 채 한겨울을 그 구렁이와 함께 나게 되었습니다.
이듬해 봄, 뱀들이 다시 겨울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올 무렵이었습니다. 그 커다란 구렁이가 몸을 움직여 굴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그 몸이 마침 그의 턱 아래를 스치듯 걸렸습니다.
'이렇게 되나 저렇게 되나, 이 몸이라도 붙잡고 따라 올라가 보자.'
그는 구렁이의 몸을 힘껏 붙잡았습니다. 구렁이는 땅을 타고 오르며 조금도 그를 떨어뜨리지 않고, 마침내 그를 굴 밖 세상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오랜 굴속 생활에 머리도 수염도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그는 곧장 마을로, 자기 집으로 향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두고 떠난 그 두 사람이 같은 마을에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사정을 알아보아야 했습니다.
그는 거지꼴을 한 채 어느 주막을 찾아가 술 한 잔을 청했습니다. 주모는 그의 행색을 보고 대뜸 물었습니다.
"돈은 있소?"
"술을 마시고 나서 돈을 내는 것 아니오. 우선 한 잔 주시오."
주모가 마지못해 술 한 잔을 따라 주자, 그는 넌지시 물었습니다.
"이 근방에, 약초를 캐러 산에 올라갔다가 소식이 끊긴 사람이 있다던데, 그 사람이 어찌 되었는지 혹시 아시오?"
그러자 주모는 대뜸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이고, 그 사람 말이오? 그 사람이랑 같이 갔던 사람들은 산삼을 캐서 논밭을 다 사들이고 아주 잘 산다오. 그런데 그 사람은, 죽었소. 죽었어요."
거기다 대고 험한 말까지 몇 마디 보탰습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술값 대신 곡괭이와 창을 내주고는, 조용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이르자, 아내와 자식들은 그가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반겼습니다. 아내가 그동안의 일을 전하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인데, 당신과 함께 갔던 그 사람들은 산삼을 캐어 이 골짜기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다고 하더이다."
그는 아내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알겠소. 더 캐묻지 말고 내가 하는 대로 잠시 지켜봐 주시오."
그는 직접 그들을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믿을 만한 사람 하나를 중간에 세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그 두 사람 집에 가서, 아무개가 살아 돌아왔다고만 전해 주시오. 그러면 내가 후하게 사례하겠소."
그 말을 전해 들은 두 사람은 그야말로 혼비백산했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낱낱이 드러날까 두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은 그 밤으로 집과 논밭을 그대로 버려둔 채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고, 남은 한 사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남기고 간 재산은, 고스란히 산삼을 캐낸 그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도와 소식을 전해 준 그 중간 사람에게도 넉넉히 보답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온 가족이 걱정 없이 평안하게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Hippufu